2020. 2. 4. 20:18ㆍ대전충남 이야기
대전역 호국철도광장(동광장)으로 나오면 요즘 대전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소제동이 기다린다.
인스타에서 핫한 카페, 식당이 있는 동네라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하지만 동네가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고 해결되지 않은 분쟁이 있는 지역이라 분위기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SNS로만 접하다 직접 동네를 찾은 사람들 중에 이 곳의 분위기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는 여행자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이 소제동에 대전의 옛 랜드마크가 그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 대전의 랜드마크.. 바로 소제호이다.
<대전 근현대사 박물관 특별전 중에서 발췌>
은퇴한 노정객 우암 송시열이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그 인근에 자신의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던 소제호는 전통시대 대전 지역의 랜드마크였다. 소제호에 대한 우암의 사랑은 남다른 것이어서 그는 소제호 앞에 기국정을 짓고 후학들을 양성했으며 박계립이 지은 삼매당의 편액에 8경이라는 글을 지을 때도 '소제호의 연 캐는 풍경'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소제호는 대전의 도시정비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전천 정비사업과 함께 사라졌다. 시가지가 형성되었던 대전면 일대에는 과거 대전천의 지류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큰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이 물길들이 범람하여 주택과 상점들이 광범위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1926년 조직된 대전도시계획위원회는 대전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소제호를 없애고 대신 그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대동천을 만들었다.
시가지로 흘러들어가던 물길을 상류에서 막아 대전역 뒤로 우회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국가기록원 소장되어 있는 대전천공사 관련 서류철들에는 당시 소제호의 운명을 결정지은 두 장의 지도가 남아 있다. 하나는 지금의 선화동 쪽에서 새로운 물길을 내 대흥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발암리천'이라는 인공하천을 신설하는 원공사계획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제호를 없애고 역시 인공하천인 대동천을 만드는 변경공사계획도이다. 결국 이 변경계획이 최종 실행되면서 대전의 랜드마크였던 소제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제호의 흔적은 현재 '소제동'이라는 작은 마을의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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