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9. 23:45ㆍ이탈리아 이야기
<부라노의 보랏빛>
베네치아에서의 둘쨋날이 밝았다. 카니발로 인해 발 디딜 틈 없는 본섬을 떠나,
비교적 여유롭게 둘러 볼 수 있는 무라노, 부라노로 떠났다.
본섬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무라노 섬은 단연 '유리 공예'로 탑 오브 탑에 속한다. 베네치아 공화국 시대에 대부분의 목조 건물들이 쉽게 화재를 입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베네치아 유리 공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유리 공예가들은 베네치아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민이었다. 그런 유리 공예가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1291년 유리 공예가들을 무라노 섬으로 이주시켰고 베네치아 공화국을 떠나는 것이 허용하지 않았다. 정보를 유출 시키는 것 또한 죽음으로 대가를 치뤄야 했다. 베네치아인들이 그토록 아끼고 애지중지 했던 무라노 유리 공예.. 그 명성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Tip
바포레토 4.1과 4.2번을 탑승하면 무라노에 도착한다.
본섬(산마르코 광장 기준)에서 무라노 섬까진 1시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만원 바포레토에서 서서 한 시간을 가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사람 많은 역을 피해서 그 전역이나 전전역에서 탑승하면 한결 편안한 여행이 된다.
<맑디 맑은 Murano Faro 선착장의 모습.. 어젯밤 별들이 예고했듯이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날이었다.>
<산 마르코 글라스 팩토리 입구,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고 있다.>
선착장에 내렸을 때, 빛에 반사된 바닷물 너무 아름다워서 출렁거리는 모습을 한참 동안 넋놓고 바라보았다.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보았더니 무라노 유리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무라노섬은 형형색색의 유리로 뒤덮여 있는 섬이다.
Murano Faro 선착장에서 가까운 S.Marco Glass Factory도 방문했다.
이 곳에서 일하는 공예가들은 3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팩토리 내부에서 집안 대대로 유리 공예를 하고 있는 공예가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자기가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한개 뿐인 목걸이라며 서랍에서 소중히 유리 목걸이를 꺼내 놓았다.
정말 특이하고 오묘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단박에 엄마가 떠올랐다. '이번 겨울 휴가 땐, 엄마에게 유리 목걸이 선물을..?' 잠깐 고민하다.. 무라노에 발을 디딘지 5분도 안되서 흥청망청 써댈 수는 없다며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결국 로마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그 목걸이가 눈에 아른 거려서 마음에 들었을 때 Get해야 된다는 쇼핑의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라노 산책 중에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몇몇 작품들ㅡ윈도우 디스플레이된 상품이었으나 전혀 상품으로 느껴지지 않는ㅡ도 만났다.
*Tip
무라노 섬 안에는 다양한 Glass Factory가 존재한다.
유로 입장권을 구입하면 전문가들이 유리 세공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며, 관람 후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권을 주기도 한다.
어른들에게는 TV에서 봐왔던 숱한 장면 중에 하나 일 수도 있지만 화려한 작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Guarnieri Glass Factory: 주소 Fondamenta Serenella, 30100 Venezia
- Glass Factory Colleoni: 주소 Fondamenta S. Giovanni dei Battuti, 12, 30141 Venezia
- Mazzega Glass Factory: 주소 Fondamenta da Mula, 147, 30141 Venezia
- Simone Cenedese Glass Factory: Fondamenta dei Vetrai, 68, 30141 Murano Venezia VE
<아... 아름다운 징어님의 자태, 오징어보다도 더 오징어스러운 빛깔>
<베네치아보다 로마에 더 갈매기가 많은 듯 싶다. 그래서 더 반가운 갈매기들>
<아름다운 빨강, 파랑의 조화 / 우연히 뒤에 있는 여행자도 빨강과 파랑^^>
<산토 스테파노 광장에서 본 Torre dell'Orologio>
오후에 접어들어 유리로 뒤덮인 섬, 무라노를 지나 색으로 물든 섬, 부라노로 향했다.
부라노라는 이름의 설은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Buriana라는 가족이 최초로 부라노 섬을 발견하게 되면서 파생되었다는 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라노의 최초의 거주민의 출신지가 남쪽으로 8키로 떨어진 Buranello라는 섬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 마을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 톤으로 페인트 칠이 되어 있는데 처음에 색을 입히게 된 이유는 안개가 자욱할 때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쉽게 찾아가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부라노만의 상징이 되버린 파스텔 톤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관광객들은 저마다 집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라노는 동행들끼리 사진 찍어주기 바쁘다. 예쁘면 뭐하리.. 인간의 메모리는 너무나 한정적인 것을. 한 장이라도 더 남겨가는 것이 좋다에 한 표!>
<카메라족에게도 부라노는 별천지. 셔터 누를 때 절로 행복해진다.>
<이렇게 예쁜데.. 게다가 카니발 기간인데.. 사람이 많지 않다. 한적해서 더욱 좋은 부라노>
부라노 섬에 발을 디디는 순간 '동화'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난다.
또한 한국의 여행자들에겐 M/V 촬영지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되버린다.
부라노 섬에서 만큼은 Google Map이 필요없다.
발 길 닿는 곳 마다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여행자들에게 감동을 줄테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으로 북적이던 본섬과는 또 다른 느낌.. 그렇다고 외로움이나 쓸쓸함은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 부라노 여행자들은 한 번쯤 느껴보지 않을까? 부라노에서 평생 한량처럼 살고 싶은 충동을.
그리고 섬이 간직하고 있는 색들이 너무 따뜻해서 힐링이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달려오고만 싶을 것 같다.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충분히 부라노를 둘러 보았고 '사진 찍는 것' 외에
부라노에서 볼거리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레이스 박물관'을 추천한다.
무라노에 '유리'가 있다면 부라노는 '레이스'다.
Galuppi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 레이스 박물관은 기존의 부라노 레이스 학교(1872-1970) 건물 터에 오픈했다.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레이스 컬렉션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섬세함에 놀라게 된다.
수작업 레이스를 구입하고 싶다면 레이스 박물관 맞은 편에 자리한 판매점들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 전문가의 수작업이 한창이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월요일 휴무)
사이트: http://museomerletto.visitmuve.it/en/home/
<먼저 디자인 스케치를 하고..>
<디자인을 살려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이 바늘로 연결해 나간다.>
<완성되었다면 레이스 부분만 끊어낸다. 저렇게 손바닥보다 작은 레이스 작품을 하나 만드는데 이틀 내지는 삼일이 소요된다고 하니 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인내심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는 전문 직업이 아닐까... 존경합니다.>
<인형극에 울고 웃는 이탈리아 꼬맹이들.. 넘나 귀여운 것!>
박물관에서 나오니 광장에서 열린 인형극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아~!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에서 핸드폰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어딘가에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훨씬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만한 이들!
뮤지컬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고.. 노트북 크기만한 작은 틀 속에 담긴 인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집중하고 좋아하고 흥분할 수 있나 싶다.
로마의 광장에서도 종종 인형극을 볼 수 있었는데 부라노에서는 조금 더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부라노에서 만난 바나나 아빠, 원숭이 아들.. 내 로망이 되버렸다.>
타이트한 일정에 지쳐있다면.. 몸과 마음에 여유와 힐링이 필요한 날이라면..
일정에 무라노와 부라노를 살며시 넣어보자.
Full of Colors로 뒤덮인 두 섬이 다양한 선물을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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