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바티칸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 시스티나 소성당의 벽화

2020. 2. 19. 23:35인문학 채우기

르네상스의 시작점인 피렌체는 도시 전체가 '세계의 학교'로 불렸다.

피렌체 미술과 르네상스에 숨결을 불어넣은 '조토'를 시작으로 도나텔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마사초, 프라 안젤리코, 산드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안드레아 델사르토, 브론치노, 바사리 등의 걸출한 예술가들을 낳은 곳이자 곳곳에서 모여든 라파엘로, 조르조네, 티치아노, 카라바조, 루벤스같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그러나 1503년 선출된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치세 기간동안 로마가 예술가를 후원한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율리우스 2세는 단번에 예술계의 흐름을 로마로 집중시켰으며 메디치 시대 이후의 피렌체를 가볍게 누르고도 남았다.

예술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쟁하고 수 많은 작품을 남긴 곳은 바로 로마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바티칸 시티이다.

바티칸 시티에서도 미켈란젤로가 4년 6개월 동안 목을 꺾고 프레스코화를 그린 곳. 

500년 전 탄생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그리고 교황 선출식 '콘클라베'가 열리는 공간, 시스티나 소성당.

바로 시스티나 소성당을 가기 위해 하루에도 수 만명의 사람들이 바티칸 박물관을 찾는다.

그리고 시스티나 소성당을 방문하면 모든 방문객들이 고개를 꺾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들은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라 불리는 제단화는 유심히 보지만 

옆 면에 그려진 벽화의 내용, 작가와 탄생 배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적어 보인다. 

 

시스티나 소성당을 방문해서 천장화를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500년전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어떤 예술가들을 로마로 불러들였을지

그리고 그 예술가들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하지만 옆에 있는 경쟁자들의 기를 꺾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을 모습을 상상하며 벽화를 감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집트로 떠나는 모세 / 피에트로 페루지노

탈출기 4장 18~26절의 내용으로, 미디안에서 지내던 모세가 장인 이드로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돌아가는 장면, 하느님이 보낸 천사가 모세를 죽이려 하는 장면,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아들을 할례시키는 장면이 그려졌다.

 

모세의 선택 / 산드로 보티첼리

탈출기 2장 12~17절과 3장 5~12절의 내용으로, 모세가 유대인을 학대하던 이집트인을 죽이는 장면, 모세가 이집트를 빠져나와 미디안으로 도망치는 장면, 떼에게 물을 먹이려는 미디안 제사장의 딸들을 방해하는 목동들을 모세가 쫓아내는 장면, 모세가 양떼에게 물을 먹이는 장면, 양을 치던 도중 호렙산에서 하느님의 부름을 들은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 아래에서 신발을 벗는 장면,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는 장면, 하느님의 지팡이를 가진 모세가 이집트로 떠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홍해를 건너다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코시모 로셀리

탈출기 14장 15~31절의 내용으로, 도주하는 유대인을 잡으려고 파라오와 신하들이 회의를 연 장면, 유대인을 추격하던 파라오의 군대가 홍해에 빠져 몰살당하는 장면, 모세가 이끄는 유대인들이 추격을 따돌리고 무사히 홍해를 건너는 장면이 그려졌다.

 

시나이 산을 내려오는 모세 / 코시모 로셀리 또는 피에로 디 코시모

탈출기 31~34장의 내용으로, 시나이 산에 오른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는 장면, 그가 없는 동안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를 하자 이걸 보고 대노한 모세가 십계가 새겨진 석판을 던져 금송아지를 파괴하는 장면, 우상숭배를 했던 사람들이 징벌을 받는 장면, 다시 시나이 산에 올라 십계를 받아온 모세에게 백성들이 복종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코라의 형벌 / 산드로 보티첼리

민수기 16장 1~35절의 내용으로, 하느님이 모세 아론을 지도자로 선택한 것에 불만을 품은 코라와 다탄과 아비람이 사람들을 선동해 대항하는 장면, 모세가 향로를 통해 하느님의 선택을 확인하는 장면, 모세에 대항한 무리들이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 갈라진 땅 밑으로 집어삼켜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림의 중앙 뒷배경에 있는 개선문 티투스 개선문을 모델로 한 것이며, 성화의 주제에 걸맞게 라틴어로 '누구든지 하느님으로부터 불리지 않은 자는 최고의 사제직을 받지 말고 스스로도 사제라 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모세의 죽음 / 루카 시뇨렐리 또는 바르톨로메오 델라 가타

신명기 34장의 내용으로,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율법서를 백성에게 들려주는 장면, 느보산에 오른 모세에게 천사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보여주는 장면, 모세가 하느님의 지팡이를 여호수아에게 넘겨주는 장면, 모세가 세상을 떠나 모압에 매장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리스도의 세례 / 피에트로 페루지노

마태오 복음서 3장 13~15절의 내용으로, 세례자 요한이 설교하는 장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 예수 그리스도가 설교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리스도의 유혹 / 산드로 보티첼리

마르코 복음서 1장 12~13절의 내용으로, 사탄이 광야에서 40일간 금식기도를 하는 예수를 계속해서 유혹하다가 실패하는 장면, 천사들이 예수를 시중드는 장면, 예수가 나병 환자를 치유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성화의 중앙 뒷배경에 있는 건물은 교황 식스토 4세 때 세워진 성 스피리토 병원인데, 예수의 치유 기적을 식스토 4세와 연관시키려는 의도로 삽입했다.

 

사도를 부르는 그리스도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마태오 복음서 4장 18~22절의 내용으로, 예수가 갈릴래아 호수에서 베드로 안드레아 형제를 불러 제자로 삼는 장면, 그물을 수선하던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본 예수가 그들을 부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산상설교 / 코시모 로셀리

마태오 복음서 5장 3~12절의 내용으로, 예수가 산 위에서 기도를 드리는 장면, 산 아래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내려가는 장면, 군중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장면, 나병 환자를 치유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베드로에게 열쇠를 주는 그리스도 / 피에트로 페루지노

마태오 복음서 16장 18~19절의 내용으로, 남쪽과 북쪽 벽에 그려진 성화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수여하는 모습을 통해,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의 권위를 신성화시켰다. 
그림의 중앙에 있는 돔형 건물은 솔로몬 성전 르네상스 양식으로 표현한 것이고, 그 양쪽에 있는 개선문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본뜬 것이다. 왼쪽 개선문에 적힌 'IMENSV SALOMO TEMPLVM TV HOC QVARTE SACRASTI'와, 오른쪽 개선문에 적힌 'SIXTE OPIBVS DISPAR RELIGIONE PRIOR'는 시스티나 경당을 건설하도록 한 교황 식스토 4세를 찬양하는 라틴어 문구로, '이 거대한 성전을 축성한 그대 식스토 4세는 부유함으로는 솔로몬에 미치지 못하나, 믿음으로는 솔로몬을 능가했다'는 의미다.

 

최후의 만찬 / 코시모 로셀리

마태오 복음서 26장 26~29절의 내용으로, 그림 속에 최후의 만찬 후 예수가 겪는, 십자가 수난에 관한 작은 그림 3개가 포함되어 있는 형식으로 그려졌다. 우선 큰 그림에는 제자들을 사이에 두고 예수가 가운데에 앉은 장면, 다른 제자들과 달리 어깨 위에 악마가 올라탄 이스카리옷 유다가 예수와 마주보고 앉은 장면이 그려졌다. 작은 그림 3개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예수가 잡혀가기 직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장면, 이스카리옷 유다 예수에게 입맞추는 장면,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리스도의 부활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원작, 헨드릭 반 덴 브로엑이 다시 그림
모세의 시체에 대한 논쟁 / 루카 시뇨렐리 원작, 마테오 다 레체가 다시 그림

신약성경 <유다서> 1장 9절에 언급되는, 미카엘 대천사 사탄 모세의 주검을 놓고 다투며 논쟁하는 장면을 묘사했다.